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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주 푸른 풍경, 롤링브루잉, 제주 2023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늘 두렵습니다. 하얀 천위에 무엇을 채우는 것 보다 순백의 지금이 더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는 것보다 그리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그림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듭니다.

이년 전 부터 다시 그린 그림들은 아직도 연구 중인 저를 보여줍니다.

나무를 그려도 사람을 그려도 패턴이 다 다릅니다. 고민에 고민을 덧대고 지워내고 오려내 붙이기를 반복한 탓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잡은 붓은 부엌 조리도구들 보다 낯선 느낌입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일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생각하고 다시 그림 앞에 않은 이유는

그림 속에 여전히 매일 연구하고 탐구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려봐도 마음에 잘 들지 않고 더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능이란 질리지 않는 것 - 이라는 말이 어느 날 와 닿았습니다.

저를 그림 앞에 머물게 하는 것은 그림 속 남겨둔 숙제가 너무 많기 때문 인 것 같습니다.

그림 속에 머물며 새롭게 알게 되는 크고 작은 것들이 저를 계속 붙잡습니다.

재능을 의심하고 번민하는 시간이 많지만

매일 새로운 결심을 하게 해주는 그림은 질리지 않는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무엇을 하려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알아내고 싶고 보고 싶은 게 많은 그림이 앞에 있기에. 그림 속에서 머물러 보려고 합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힘을 준 모든 것 –

수다와 사랑, 라디오와 음악, 영감이 되어준 책들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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